비트와 자장가

20220525 본문

인생

20220525

eastriver 2022. 5. 25. 17:56
728x90

짧은 시간 동안 ios 앱 하나를 완성해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 이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게임 분야 외에서 1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산다는 건 아직까지는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닌 듯싶습니다.

사람들이 인앱결제에 너무 익숙해져서 무료 앱만 받고, 그마저도 새 앱을 깔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죠.

정말 하고 싶은 건 돈 안 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전업으로 이것저것 해보며 사는 삶인데,

안정적인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깃헙 스폰서도 없는 한국에서는 턱도 없는 이야기겠습니다.

이따금씩 웹 개발이 유일한 선택지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혼자서는 운영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항상 이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앱스토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인앱결제란 게 없었을 때, 개발자들에겐 정말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아직도 계산기 앱이 없는 아이패드 덕에 깃헙에 돌아다니는 코드를 짜깁기해 계산기 하나만 만들어도 돈을 버는 시대였지 않았습니까. 그때 처음 접했던 언어가 오브젝티브씨가 아니었더라면 제 인생이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요.

 

하드웨어의 개발 없이, 웹을 배제한 채로 1인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출구가 사실상 닫혀 있는 지금,

또 하나의 새 출구가 열리려고 합니다.

 

그건 VR/AR/MR(이하 XR)시장이다. 현재 XR은 아주 작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불과하지만,

곧 애플과 페이스북(메타)이 메타버스로 재포지셔닝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마주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메타버스가 마케팅 용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용어에 혼란이 많습니다.

때문에 난 두어달 쯤 전 친구와 함께 메타버스의 필요조건을 정의해보았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이 VR, 블록체인, 5G 세 가지라는 데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감을 위한 VR,

전자계약과 가상화폐를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실시간 무한동시접속이란 환상을 위해서 필요한 빠른 인터넷.

 

이 정의에 따르면 현재 메타버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시간 무한동시접속은 빠른 시일 내에 깨끗한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역을 쪼개고, 세밀한 동작은 별도의 핸드쉐이크 이후로 전송을 허용해 네트워크의 부담을 줄인다든가 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차례로 도입될 것입니다.

아니, 초창기엔 이런 환상조차도 과할 수 있습니다.

어느 수준의 메타버스든 간에, 디지털 세상이 하나 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세컨드라이프는 게임이 아닌 척하는 게임이었지만, 메타버스는 정말 게임이 아닙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게임을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게임도 아닌데 사람들은 왜 메타버스를 이용하겠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난 사람들이 굳이 왜 사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실에서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고 보면 가장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가장 작게 보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비행기를 타고 각국에서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만질 수만 없는 아바타로 완전한 현장감을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에, 회의는 물론이고

공장 등 현장을 돌아보는 일도, 양안 카메라를 단 드론의 시야를 통해 관리자와 함께 돌아보는 것으로 족할 것입니다.

 

큰 티비, 큰 모니터를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지금과 달리, 사이즈 조절이 완전히 자유로운 스마트폰이라도 있는 것처럼 XR 디스플레이 하나로 다 해결이 된다고만 보더라도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이용할 것입니다. 때문에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은 사장되고 초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더욱 커집니다. (여기서 XR 기기는 신세대스마트폰으로, 메타버스는 신세대스마트폰의 운영체제 쯤으로 이해하면 괜찮겠습니다)

 

새로운 시장들도 많이 생겨나게 됩니다. 얼른 떠올릴 수 있는 시장으로는 3D 로고디자인으로, 3D 광고 같이 기존 2D에 머무르던 시장이 3D로 전환되겠죠. 개인적으로는 XR 세상에서 신체라는 인터페이스를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외형의 변경보다는 조작 방식을 하드코드할 수 있다는 점이 말이죠. 밸브 사의 VR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만 해봐도 손목을 튕겨 멀리 있는 물건들을 끌어오는 중력 장갑의 사용이 초능력처럼 느껴져 흥미로운데, 그런 초능력을 개발자라면 메타버스 운영사가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가 있게 될 것입니다. 날아다니는 건 기본이고, 쉽게 말해 우리들은 누구나 플러그인을 설치해 해리포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메타버스가 나오자마자 제가 해야 할 건 곧바로 계산기를 만들어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728x90
반응형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0602  (0) 2022.06.02
20220601  (0) 2022.06.01
20220524  (0) 2022.05.24
20220512  (0) 2022.05.12
20220505  (0) 2022.05.05
Comments